종교 [목회자 칼럼] 평균의 도시로 왔다 (성 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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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테스트 마켓으로 꼽히는 도시라고 한다. 인구 구성이 미국 전체 평균과 비슷해서, 기업들은 새 것을 전국에 내놓기 전에 이런 도시에서 먼저 반응을 살핀다. 패스트푸드의 신메뉴가 여기서 몇 달 먼저 팔리고, 슈퍼마켓 진열대에 신상품 먼저 깔리고, 새 결제 방식이나 매장 형태가 먼저 시험된다. 유행을 만드는 도시는 아니지만, 그 유행이 보통 사람들에게 팔릴지를 가늠하는 도시라는 말이다. 말하자면 콜럼버스 사람들의 입맛이 곧 미국의 입맛이고, 콜럼버스 사람들의 지갑이 곧 미국의 지갑인 셈이다.
지난 8월에 이 도시로 이사를 왔다. 짐을 다 풀기도 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뒤로 '평균' 이라는 말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도시를 소개하는 말 치고는 어딘가 낯선 단어였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에게 평균은 묘한 단어다. 성적표의 평균, 평균 연봉, 평균 키, 평균 수명. 평균은 늘 어딘가에 그어진 선이었고, 그 선은 머물 자리가 아니라 넘어야 할 자리였다. 평범하다는 말은 좀처럼 칭찬으로 쓰이지 않았다. 그렇게 자란 사람이 "평균의 도시" 라는 말을 들으면 저절로 "특별할 것 없는 도시"로 번역하게 된다. 뉴욕도 아니고 LA도 아닌, 그냥 미국의 보통 도시.
그런데 몇 주를 살아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한 도시가 미국의 평균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평균값은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를 더해서 나눈 값이다. 그러면 이 도시가 미국의 평균이라는 말은, 미국에 있는 모든 종류의 사람이 여기에 다 있다는 뜻이다. OSU의 학생들과 주 정부의 공무원들, 기업과 자영업의 임직원들, 공장의 노동자들, 백 년이 훌쩍 넘은 독일 마을과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교외의 새 단지. 그리고 이민자들. 평균이 된다는 것은 밋밋하다는 뜻이 아니라, 다 품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평균 안에는 우리도 들어 있다. 한인 마트에서 한번 더 두번의 장을 보는 사람들, 이곳 시간과 한국 시간 두 시간을 사는 사람들, 추석과 추수감사절 둘 다 특별한 사람들, 주말이면 한국말로 따로 모이는 사람들. 유별날 수도 있는 이민자의 삶의 방식도 이 도시의 평균을 이루는 하나의 방식이다. 이 도시가 미국을 대표한다면, 그 대표성의 한 조각은 우리 몫이다. 평균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은,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환영 인사다.
오래된 책들을 읽다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신약성경은 당대의 그리스 철학과 학문을 논하던 '아티카' 헬라어가 아니라 좀 다른 헬라어로 기록되었는데, 오랫동안 학자들은 이 문체를 두고 둘로 갈렸다. 한쪽은 문법이 거친 서툰 글이라 했고, 다른 쪽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하늘의 헬라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시대 보통 사람들이 남긴 일상의 말들이 발견되면서 두 생각이 함께 무너졌다. 신약성경은 '코이네' 헬라어로 쓰인건데, 코이네는 '보통의, 공통의'라는 뜻이다. 서툰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시대 평균의 말이었다. 그 이야기가 시작된 장소도 그렇다. 베들레헴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고, 나사렛은 "거기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오겠느냐"는 말을 듣던 동네였다. 위대한 역사는 특별한 언어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평균의 말과 평균의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도시가 좋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리가 있어서다. 모든 종류의 사람을 품어서 평균이 된 도시라면, 낯선 사람 하나를 더 품는 일에도 서툴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 어느 식당에서 처음 보는 메뉴를 발견하면, 미국 평균의 입맛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으로 주문을 해 볼 생각이다.
성신 | 콜럼버스한인커뮤니티교회 개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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