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료 [건강] 포도품종으로 느끼는 와인의 맛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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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와인, 소주처럼 마셔라'의 저자 이정창 교수께서 제공해 주신 글입니다.]
와인 마시는 방법보다 와인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자
우리는 왜 와인을 특별한 술로만 생각하는 것일까? 종종 와인 맛보다는 와인 이름이나 배경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들을 보는데, 와인에 대해 이론적으로 너무 많이 아는 것이 오히려 와인 맛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때가 있다. 와인을 맛보기도 전에 두꺼운 와인 서적부터 들춰봐야 하는 한국의 와인 문화라면, 와인에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와인을 일상생활처럼 편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와인의 맛과 향을 즐기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와인의 원료인 포도품종의 특징을 이해하고 포도품종 별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와인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포도는 재배지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조금씩 맛과 향의 차이가 나지만, 같은 포도품종은 기본적으로 공통적인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와인의 신맛, 단맛, 떫은맛 등 맛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포도의 품종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구세계 와인에는 와인을 생산한 지역, 포도원의 명칭을 라벨에 표시하지만, 미국과 칠레, 호주 등 대부분의 신세계 와인에는 어떤 품종의 포도로 만들어졌는지 포도 품종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피노 누아(Pinot Noir), 시라(Syrah), 진판델(Zinfandel) 등은 포도 품종들인데, 이 포도품종들이 와인 라벨에 표시된 포도 품종만 보고도 와인의 맛과 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포도품종의 특징 이외에도 복잡한 와인 양조과정의 과학적 발효과정(와인 미생물, 발효 및 숙성 방법 등)처럼 와인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중요 요소들이 존재한다. 와인을 만들 때도 단일 품종의 포도로 특색 있는 와인을 만들기도 하고, 프랑스 보르도 지방처럼 여러 가지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만도 전 세계적으로 무려 1만여 종에 이르고, 그 중 와인 제조로 자주 이용되는 품종은 150여 종에 달한다
포도 품종 6개만 알면, 와인 정복 절반은 성공!
와인 하면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떠오르는데 레드는 적포도 품종으로, 화이트는 백포도(청포도) 품종으로 만든다. 적포도 품종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가메이,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말벡, 진판델, 메를로,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쉬라즈(시라) 등이 있다. 백포도 품종으로는 샤르도네, 쇼비뇽 블랑, 콜롱바르, 게부르츠트라미네르, 뮈스카데, 피노 그리, 리슬링, 세미용, 실바네르, 위니블랑, 뮬러-투르가우, 폴 블랑슈, 마카베오, 트레비아노 등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과나무처럼 과일 나무의 과실들은 같은 품종도 자라난 환경에 따라 크기와 맛이 다르듯이, 재배지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각기 다른 맛이 난다. 그 중 와인의 원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 쉬라즈(시라), 샤르도네, 모스카토 등 6가지 포도 품종 정도만 알아도 와인을 즐기는 데는 충분하다.
01 Cabernet Sauvignon
적포도의 왕 ! 매끈한 근육질 느낌의 남성적 포도, 카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
가장 많이 들어봤을 카베르네 소비뇽은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으로, 프랑스 보르도의 메독 (Medoc)이 원산지다. 프로방스(Provence), 랑 그독(Languedoc)을 비롯하여 미국, 남미,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대부 분의 와인 생산국에 널리 퍼져 있다. 추위에 약한 품종이어서 날씨가 추운 독일에서는 재배하지 않지만, 극동 지역과 일본에서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포도 생김새는 사진에서 보듯이 알맹이가 작은 편이며 깊고 어두운 색에 껍질이 두껍고 씨가 많다. 두꺼운 껍질이 포도의 부패 속도를 늦춰주어 오랜 기간 숙성시킬 수 있으며, 타닌(Tannin)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약간 떫고 쓴맛이 난다. 떫고 쓴맛은 숙성되는 과정에서 부드럽게 순화되기 때문에, 카베르네 소비뇽은 오크통과 병에서 오래 숙성시켜 마시는 와인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블랙베리와 건포도, 계피,민트, 유칼리나무, 삼나무, 자두향 등의 다채로운 향취를 가지고 있는데, 오래 숙성될수록 한데 어우러져 놀라운 와인 맛을 만들어낸다. 레드 와인의 대표주자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다른 포도 품종과도 잘 어울려 여러 포도 품종의 블렌딩 파트너로 인기가 높다. 이름과 맛에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매끈한 근육질의 남성적 느낌을 주는 와인을 찾는다면 카베르네 소비뇽을 고르는 것이 좋다.
02 Merlot
적포도의 여왕 ! 부드럽고 가냘픈 여성성을 지닌 포도
메를로는 프랑스 남부와 보르도 지방에 널리 퍼져 있는 포도 품종으로, 가장 유명한 재배지는 보르도의 포므롤(Pomerol)과 생테밀 리옹(St. Emilion)이다. 메를로의 생김새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비슷하지만 알맹이가 더 통통하고 물기가 많으며 신맛과 단맛이 강하다.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빨리 숙성되면서 순하고 향긋하기 때문에, 다른 포도 품종의 거친 맛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혼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프랑스 보르도와 남쪽 지방, 칠레, 남아프리카, 이탈리아, 헝가리, 불가리아산의 포도 품종이 인기가 좋다. 특히 샤토 페트뤼 스, 르팽 등은 100% 메를로(경우에 따라 다른 품종이 10% 이내 들어감) 품 종을 사용해서 만든 와인으로 블랙베리, 자두, 계피, 초콜릿, 모카, 가죽 등을 연상시키는 향취가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터프하고 야성미 넘치는 남성을 상징하는 포도 품종이라면, 메를로는 부드럽고 가냘픈 선이 느껴지는 여성을 상징하는 품종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메를로로 만든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떫은맛이 덜하고 약간 단맛이 나고 부드럽다. 뿐만 아니라 자두, 체리, 딸기, 라즈베리 등의 과일 향과 장미 향 같은 향긋한 꽃 냄새가 입안에서 오래 머물면서 상쾌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03 Pinot Noir
애인처럼 까다로워서 관심이 필요한 포도품종 ! 타닌 함량이 적은 밝은 선홍빛 색깔의 포도
피노 누아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고급 포도 품종으로, 부르고뉴를 비롯하여 미국의 오리곤, 뉴질랜드, 캘리포니아 중남부, 소노마 해안에서 재배된다. 피노 누아는 보르도 지방의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보다 타닌 성분이 적고 포도 색깔이 더 밝은 매력적인 품종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는 로마네 콩티와 같은 세계 최고의 명품 레드와인을 만드는 주품종으로 이용되고 있다. 피노 누아는 남성적이고 강한 카베르네 소비뇽과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메를로의 장단점을 보완한 조화가 잘 이루어진 와인으로, 숙성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과일향이 나지만 여러 해 숙성시킨 후에는 야생 고기향이 나고 훈제향이 나기 때문에 프랑스 와인 제조자들은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을 ‘Animal(동물적)’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노누아는 특히 포도껍질이 얇고 섬세한 품종이어서 수확기에 이르러 소량의 우수한 피노누아들만 살아남는다. 그래서 희소성이 더 높은 품종인 피노누아는 엷고 투명한 자주빛, 신선한 미네랄향과 장미향, 비단처럼 부드러운 촉감이 혀를 통해 그대로 느껴진다. 딸기, 체리, 바이올렛, 숲의 향기가 나며 다른 품종에 비해 타닌이 적은 편이다. 또한 자두, 흙, 송로버섯, 초콜릿, 낙엽 등의 향미를 느낄 수 있다.
04 Shiraz
호주와인으로 유명한 포도품종 ! 매콤하고 쌉쌀한 과일 맛 풍부한 포도향
쉬라즈는 호주산 와인을 대표하는 포도 품종으로 진한 남적색을 띠며 빵 굽는 냄새, 블랙베리, 커피향 등을 느낄 수 있다. 호주 쉬라즈(시라)만큼이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 또 한 곳은 프랑스 북부의 론 지역으로, 이곳의 쉬라즈는 호주산에 비해 당도가 낮아 전체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느낌을 준다. 쉬라즈는 연기와 풀 감초 냄새, 블랙커런트, 가죽 향이 강하게 나며 타닌이 많아 카베르네 소비뇽 못지않게 매콤하고 쌉쌀한 동시에 과일 맛이 풍부하다. 특히 호주산 쉬라즈는 맛이 진하며 과일 맛이 더 많이 나고, 론 지역의 쉬라즈는 타닌이 많고 풀 향기가 강하며 산도가 높다.쉬라즈로 만든 와인은 진보랏빛을 띠며, 와인 맛이 자극적이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다. 론 지역의 와인은 남성적이면서 우아한 느낌이 나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캘리포니아 지역의 쉬라즈 와인은 걸쭉한 시럽 같은 진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05 Chardonnay
마른 과일 향이 우러나는 도도하면서 섬세한 화이트 와인의 여왕
샤르도네는 유명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청포도 품종이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의 부르고뉴 등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는 오크통에서 짧은 동안 숙성시킨다. 샤르도네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롱아일랜드, 오리건, 텍사스, 버지니아, 프랑스 부르고뉴와 샹파뉴,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토스카나, 아르헨티나,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재배 지역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적포도 품종의 왕이라면 샤르도네는 청포도 품종의 여왕에 비유된다.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마른 과일 향이 우러나 향이 좋고, 청포도 품종의 여왕답게 품질이 뛰어나고 맛이 섬세하다. 바닐라, 버터, 버터 바른 토스트, 커스터드(Custard), 풋사과, 열대 과일, 레몬, 파인 애플의 향취가 어우러져 맛이 깊다. 샤르도네는 재배 지역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어서 같은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이라도 맛과 향이 제 각각이다. 캘리포니아산은 꿀과 열대 과일 향이 진하고, 프랑스 샤블리산은 바다 냄새가 물씬 느껴진다.
06 Moscato(Muscat)
99% 성공률의 작업용 와인! 달콤한 꽃 향기와 청량한 복숭아 맛
모스카토는 한 가지 특정 품종이 아니라 100가지 가 넘는 변종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포도 품종으로 식용, 건포도, 와인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여러 가지 품종을 묶어서 표현한다. 모스카토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청포도 품종인 뮈스카델 (Muscadelle)과는 구분된다. 뮈스카델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소테른에서 귀부와인을 만들 때 소량으로 첨가된다. 프랑스 루아르 지역으 뮈스카데(Muscadet) 화이트 와인은 모스카토 품종이 아닌 믈롱드 부르고뉴 품종으로 만든 루아르 유명 화이트 와인이다. 모스카토의 대표적인 변종으로 뮈스카 아 프티 그랑(Muscat Blanc a Petits Grains), 뮈스카 카멜리(Muscat Camelli), 브라운 머스캣(Brown Muscat), 모스카토 비안코(Moscato Bianca), 리큐르 뮈스카(Liqueur Muscat) 등이 있다.
포도알맹이가 풍부한 모스카토는 산도가 낮고 독특한 꽃향기를 지니고 있으며, 변종에 따라 색깔도 다양하다. 여러 나라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기후에 따라 개성 있는 다양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따뜻한 지역에서는 스위트 와인을, 추운 지역에서는 드라이 와인을, 이탈리아에선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다. 모스카토는 사향(Musk)과 비슷한 특이한 냄새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 냄새는 포도와 와인에서 모두 맡을 수 있다. 모스카토로 만든 와인은 약간의 청량감을 주는 달콤함 때문인지, 함께 술을 마신 상대방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상대방이 누구든 호감을 갖게 해주는 로맨틱한 와인으로 연인들이 마시기 좋아하는 1순위 와인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사랑을 위해 모스카토 와인과 달콤한 케익을 즐긴다면 가장 행복한 와인의 맛과 향이 기억될 것이다.
출처 : 이정창의 ‘와인, 소주처럼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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